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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양육비 8700만원… 한달 잠복해 잡은 '배드파더' 경찰 실수로 놓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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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1 19:39:39 수정 : 2020-07-21 19: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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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치 결정 한달 만에 경찰에 인계했지만… 경찰, 법원 명령서 못 찾아
이 씨 “경찰 ‘우리 일 아닌데 돕는다’는 태도”
경찰 “명령서 담당 부서에 보관, 야근자 확인 못 해”

부산에서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이우희(가명·33)씨는 지난 15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오던 남편 최모(40)씨를 붙잡았다. 법원이 지난 6월12일 최씨에 대해 양육비 지급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감치 명령을 내렸지만 최씨는 이후에도 연락을 끊은 채 종적을 감췄다. 감치는 과태료 등 고액·상습 체납자를 일정 기간 구금해 납부를 간접 강제하는 제도다. 최씨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8700만원에 달한다. 이혼 이듬해인 2015년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도 감치명령이 내려지자 300만원을 지급했던 게 전부다.

 

오랜 기간에 걸친 소송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이씨는 직접 전남편을 찾아 나섰다. 지난달 법원의 감치 결정 이후 한달간 ‘잠복근무’에 돌입한 이씨는 마침내 최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씨가 제시한 법원의 판결이 담긴 정본을 확인하고 최씨를 경찰서에 인계했다. 해당 정본에는 그가 가야 할 유치장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에 도착한 이씨는 힘겹게 잡은 최씨를 눈앞에서 놓아줘야 했다. 경찰이 법원에서 송달한 감치 명령서를 찾을 수 없다며 ‘죄가 없는’ 최씨의 인신을 구속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관할 경찰서로 명령서를 보낸 것을 확인했던 이씨는 황당했다. ‘잘 찾아봐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경찰의 대답은 같았다. 다음날 경찰은 관련 서류를 찾았다며 이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다시 잠적한 최씨를 찾는 일도 돕겠다고 했다.

 

이씨는 21일 통화에서 “경찰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닌데 돕고 있다’는 태도다”라며 “수년간 숨어다녔던 전 남편을 내 힘으로 찾았는데 경찰이 놓쳐버린 일”이라고 토로했다. 남편 최씨에 대한 감치명령은 오는 12월까지 유효하다. 최씨가 잡히지 않으면 이씨는 또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남편 최씨를 놓아줬던 부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감치 명령서를 담당 부서에 보관 중이었는데 야간근무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며 “강력 사범도 아니라 인신을 구속할 필요성은 없었다. 집행 절차를 규정한 법률이 미비한 점이 많아 보완할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형법상 어떤 제제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며 “현행법으로는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도 별문제 없이 잘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를 만들지 않고 양육에 대한 개인의 도덕적 의무에만 기댈 수 없다”며 “양육비 이행법에 벌칙 규정을 마련하거나 아동복지법이 규정한 아동 방임에 양육비 미지급을 포함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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